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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기록

기록 33 1. 매일 저녁 무렵이면 수영을 하기 위하여 강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갔다. 그때마다 언제나처럼 검사관 게슬러의 자그마한 집을 지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연하게도 한스는 자신이 3년 전에 무척 좋아하던 엠마 게슬러가 집에 돌아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 세차례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예전에 그녀는 나긋나긋한 몸매를 지닌 매우 아리따운 아가씨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 큰 처녀가 되어 있었다. 투박해 보이는 걸음걸이와 아이답지 않게 유행을 따른 머리 스타일은 그녀의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놓았다. 길게 늘어뜨린 의상도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짐짓 여성답게 보이려고 애쓰는 그녀의 태도 또한 꼴불견이었다. 한스에게는 그녀의 이런 모습들이 우스꽝스.. 더보기
기록 32 사귀고 나서 후회되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로 남았다면 좋았을껄."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들은 모두 과거의 연인이 되었고 현재의 친구로도 미래의 지인으로도 남을 수 없었다. 잘 맞고 잘 통한다로 시작한 것이 단지 호기심이었음을, 머리로 재어가며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혀 뇌에 새기는 나의 성향 상 그 사람 전부에 가까운 것을 신경세포로 인지 후에 알게된다. 밖이 추운 것을 방안에서는 모른다. 사탕이 무슨 맛이 날 지, 입에 넣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그가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매번 겪어본 후에 알았다. 나는 그랬다. 그렇게 연인 관계가 끝나면 아는 사람, 지인 따위의 가볍게 불려질만한 관계로도 남아있을 수 없었다. 상대방에겐 잔인함을 내겐 어리석음을 구겨넣는 중첩들. 내가 가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