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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현재

현재3 1. 더 살이찌고, 턱이 늘어나고, 배가 나오기전에 누드를 찍어야지, 라고 마음먹는다. 대중목욕탕에서 머리카락의 물을 꾹 짠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전신거울에 있는 나를 마주했을때의 사실성에 가깝게 화장도, 드라이도, 치마도, 힐도 신지 않은 사회성을 배제한 내 본연의 모습을 남겨야지, 라고 마음 먹는다. 2. 더 살이찌고, 턱이 늘어나고, 배가 나오기전에 사랑하는 사람이 찍어준 내 누드를 남겨야지, 라고 한번 더 마음 먹는다. 함께 맞이한 아침 까치집 머리카락의 매무새를 정리하지도 않고 그저 시무룩하게 햇볕을 쪼이고 있는 나를 향해 "은진아!" 해도 좋고 "찰칵" 소리만 내도 좋으니 그가 남겨준 일상의 모습, 내가 의도하지않은 벗은 나를 남겨야지, 하고 마음 먹는다. 3. 매니큐어를 바르고 내일 입고갈.. 더보기
현재2 1. 노을을 찍었다. 황폐한 풍경도 미학이라 배운 후, 그것만 찍고다닌지 몇개월만의 일이었다. 2. 방금, 표정이 안좋다. 라는 말에 잠와서 그래. 라는 대답을 했다. 가끔씩 그는 스스로도 짚어내지 못하는 내 이면을 더 잘 읽어내곤 한다. 평소보다 허리를 꼿꼿이펴고 고개를 젖힌 뒤 가슴을 내밀어, 몸을 긴장시킨 후 웃음 띈 농담으로 무장하지만 그에게 읽히는 나는, 요즘 표정이 좋지 않다. 3. 발렌타인데이 그거 다 상술이야. 라며 기념일에 회의적이던 그에게 초콜렛을 챙겨주지 않았다. 엊그제 편의점에 진열되어있는 작은 가나초콜렛을 가르키며 나 이거 사주면 안돼? 라고 말하는 그의 큰 키가 유독 작아보였던 건 연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보이는, 동물적인 본능보다 도드라진 '주입된 사회성'이 못내 안타깝게 여겨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