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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현재

현재7 1. 헝클어진, 빗어도 빗겨지지않는 머리카락을 빗는 꿈을 꾸었다. 프로이트가 쓴 많은 문장들 앞에 부정을 휘갈겨놓고 싶을만큼 기분이 좋지않다. 2. 두 평 남짓한 방에서 짜파게티로 저녁을 때운 후, 미드를 보고 홀로코스트에 대한 만화를 읽으며 화장한 채로 잠이 들었다. 잠결에 이어진 연락. 맞은편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의 연주와 함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낯설지만 싫지않다. 일어나 거울을 본다. 마스카라가 번진 얼굴이 흉측하다. 외롭다. 매번 이 문제에서 모든 것이 비롯된다. 3. 사람은 자신의 피부 밖에 있는 것들을 안에있는것 만큼 온전하게 사랑할 수 없다. 아트 슈피겔만의 책을 빌어, 먹을것이 없는 방 안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몇 일만 두면, 타인을 자신만큼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알게될지도 모른다. 타.. 더보기
현재6 글쓰기는 더이상 내 현실이 아닌 것, 즉 길거리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엄습하던 감각을 간직하는 방식, 그러나 이제는 '사로잡힘'이자, 제한되고 종결된 시간으로 변해버린 그것을 간직하는 방식이다. 라는 글을 읽고 기록에 집착하는 나를 되새김한 후, 다시 기록을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1. 두평 남짓한 방의 책상에 앉아 사드의 '소돔의 120일'을 읽고있다. 고작 머리글로부터 두어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미세신경까지 조소로 뒤덮인다. 몸이 결박된 채, 드릴 소리를 내며 아, 해보세요,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치과의사와 마주한 기분이다. 2. 48시간이 넘는 촬영에서 남은 것은 몇 장의 실패한 사진들, 몇 개의 생각을 휘갈긴 노트, 회사 책상에 가져다놓은 두 개의 전나무 열매가 전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