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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더이상 내 현실이 아닌 것, 즉 길거리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엄습하던 감각을 간직하는 방식, 그러나 이제는 '사로잡힘'이자, 제한되고 종결된 시간으로 변해버린 그것을 간직하는 방식이다. 라는 글을 읽고 기록에 집착하는 나를 되새김한 후, 다시 기록을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1. 두평 남짓한 방의 책상에 앉아 사드의 '소돔의 120일'을 읽고있다. 고작 머리글로부터 두어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미세신경까지 조소로 뒤덮인다. 몸이 결박된 채, 드릴 소리를 내며 아, 해보세요,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치과의사와 마주한 기분이다. 2. 48시간이 넘는 촬영에서 남은 것은 몇 장의 실패한 사진들, 몇 개의 생각을 휘갈긴 노트, 회사 책상에 가져다놓은 두 개의 전나무 열매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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