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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기록

기록 35

계원예술대학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한 교수가 엄청나게 어려운 개념을, 엄청나게 현학적인 문장으로 씌여진,
그것도 이상하게 번역된 미학 개념서를 가르쳤었다.

그 교수가 툭하면 던지던 말은
너희는 전문대 재학생이다, 나가면 너희를 원하는 곳이 있을 것 같냐? 였는데
그런 인격의 교수 밑에서 그런 책까지 읽고 있으려니
"너흰 이런 어려운 글 못읽지?" 라는 어떤 조롱의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개념서를 개똥같은 번역으로 해놓은 그 책은

언젠가 국물에 절어 펼쳐지지 않기를 기대하며 현재 라면 받침대로 쓰고 있다.)

 

오늘 어떤 평론가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어떤 전시기획자의 글도 읽었다.

한자와 영어와 철학과 미학에서 온 고유명사들이 범벅된 글이었다.
모르고 보거나 얼핏보면 멋져보이는 글,
하지만 이런 글들은 이미 아주 예전에
그것도 유명한 철학자와 미학가들이 이미 써놓았던 글의
반복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읽었던 글의 연속인 것만 같다.

 

그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식으로 말하면 클리셰다.


어려운 것을 단순하게,

또 그것을 새롭게 표현한 것이

쉽지않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새로움을 쓰는 미학가의 글이 무척 간절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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