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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퉁이의 중요성



1. 생일 선물로 아서 클라크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책을 받았다. 

늘 절판상태이다가 작년 인터스텔라의 영향으로 재판되어 나왔을법한 것을 선물한 이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등 뒤에는 30명의 유령들이 서 있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의 비율이 바로 30대 1이기 때문이다. 

태초부터 약 1000억 명의 사람들이 지구라는 행성을 누볐다. 

이 숫자가 재미있다. 무슨 우연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 즉 은하수에 존재하는 별의 숫자도 약 1000억 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지구 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각각 이 우주 안에 자기만의 별을 하나씩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문장이 씌여진 서문의 귀퉁이를 곱게 접어 놓았다. 



2. 오늘 나무 공방을 하는 친구가 직접 만든 도마를 선물해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직접 만든 것, 한 개인의 노동력이 스민 것에는 작게나마 혼이 깃들어진다.

(나는 혼의 주체를 믿지않지만 '혼', '한', '영혼' 따위의 단어가 갖는 증명이 불가능하지만 인간의 감정이 구사된 비과학적 단어들을 좋아한다)

그런 것을 받는 것은 한 인격의 귀퉁이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노동의 의미가 갖는 유일한 신성성과도 결부된다. 



3. 잠이 오지 않아 어머님께 받은 산딸기로 효소를 뽑고 나머지는 산딸기 잼을 만들려 설탕에 재워두었다. 

유산균에 우유를 넣고 뜨거운 물에 증식시킨 요거트도 만들어 놓았다. 

성원씨 동료가 직접 농사지어 선물해준 햇감자는 유기농 된장을 풀어 찌개를 끓여 먹었다. 

작은 노력으로 신혼집 귀퉁이에 테라스를 꾸몄고 그 곳에서 즐기는 차와 책과 바람은 무척 이롭게 느껴진다.   

내일은 집 앞에 예쁜 꽃가게에서 산 스킨에 물을 주고 모히또를 만들어먹을 애플민트도 추가로 구입해 올 생각이다. 


손노동의 즐거움을 통해 비종교인임에도 만물에 감사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4. 사물이나 마음의 한 구석이나 부분,

언젠가 이것은 전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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