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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현재

현재 46

한 소녀가 숲을 걸었다.
그녀가 드는 고개마다 한 소년의 머리가 달린 가지들이 보였다.
경이로운 공포감에 사로잡힌 소녀는
숲을 헤매는 것이 괴로웠지만
오랫동안
빠져나오는 법은 찾지 못했다.

 

한 여자가 숲을 내려다 본다.
여전히 가지마다 소년의 머리가 달려있고
숲도 빠져나오지 못한 채였지만
대신,
숲 한 가운데 여자의 뿌리와 기둥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제 여자는
그 숲을 가끔 내려다보며 소년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다시 자신의 가지를 단단하게 위로 올려내는 일에만
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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